사회
사이렌 울리던 ‘가짜 구급차’, 이제 GPS로 딱 걸린다
민간구급차의 운행 관리가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일부 차량이 응급환자 이송과 무관하게 사이렌을 켜고 도로를 달리는 이른바 ‘가짜 구급차’ 논란이 반복됐지만, 앞으로는 차량 위치와 운행 경로가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119 구급차가 아니더라도 실제 응급 이송 차량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체계가 강화되는 셈이다.보건복지부는 14일 민간구급차의 GPS 기반 운행정보를 구급차기록관리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공포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응급환자이송업자와 구급차를 운용하는 관련 기관은 각 차량의 운행기록장치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중앙 시스템으로 보내야 한다. 민간구급차의 위치, 이동 경로, 운행 시간 등이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구급차기록관리시스템에 축적된다.
복지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민간구급차에 대한 시민 불신이 있다. 일부 민간구급차가 실제 환자 이송이 아닌 사적 목적이나 편의상 운행에 사이렌과 경광등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민 입장에서는 도로에서 구급차가 접근할 때 진짜 응급 상황인지 알기 어렵고, 이런 사례가 반복될수록 전체 구급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관리 방식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부적절한 운행이 의심돼도 차량에 저장된 GPS 기록과 운행일지, 관련 서류를 사후에 대조해야 했다. 단속과 확인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운행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앞으로는 실시간 운행정보를 바탕으로 관리 당국이 민간구급차의 움직임을 보다 촘촘히 확인할 수 있다. 수집된 자료는 운행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점검이나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는 데 활용된다. 단순히 기록을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구급차 운행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당장 모든 부적절 운행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는 각 구급차의 운행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과정이다. 복지부는 2027년부터 이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운행이 의심되는 사례를 시스템이 자동으로 탐지하고 관계 기관에 알리는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 탐지 기능이 가동되면 응급환자 이송과 관련 없는 장거리 운행, 반복적인 우회 운행, 비정상적인 시간대 운행 등 의심 사례를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민간구급차의 불법·편법 운행을 줄이고, 실제 응급 상황에서 구급차가 더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구급차 운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가짜 구급차에 대한 감독 실효성을 높이고, 앞으로도 시스템 기능을 계속 보완해 부적절한 운행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정착되면 민간구급차를 바라보는 시민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사이렌을 울리는 차량을 두고 ‘진짜 응급 상황이 맞느냐’는 의심이 줄어들고, 도로 위 양보 문화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간구급차 운행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응급의료 체계 전반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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