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스트
우주로 떠난 로먼 망원경, 90일 시운전 돌입…본격 관측 준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발사된 뒤 약 90일간의 초기 시운전에 들어갔다. 발사체에서 분리됐다고 바로 우주 관측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과 통신 환경을 구축하고 목표 궤도를 확보한 뒤, 발사 과정에서 접혀 있던 구조물을 순차적으로 펼치고 관측 장비의 상태와 초점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NASA에 따르면 로먼 망원경은 30일 오전 7시26분(한국시간 오후 8시26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약 31분 뒤에는 로켓 2단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독립적인 비행을 시작했다. 이후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L2)으로 이동하게 된다. 로먼 망원경은 이곳에서 우주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발사 직후 전력 확보와 초기 통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NASA는 발사 약 1시간23분 뒤 로먼 관제팀이 태양전지판과 망원경 하부 관측장비를 보호하는 차폐막이 정상적으로 전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켓에서 분리된 이후 약 52분 만에 전력 공급에 필요한 주요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태양전지판은 망원경이 사용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면서 정상적인 전력 공급 상태에 진입했다. NASA는 현재까지 로먼 망원경의 주요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과의 첫 교신도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로먼 망원경은 발사체 페어링이 분리된 직후 S밴드 원격측정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호주 캔버라에 있는 심우주통신망 지상국과 연결됐다. 이를 통해 우주망원경의 초기 상태를 확인하고 지상에서 전달되는 명령을 수신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이 마련됐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필요한 통신 장비 전개가 진행된다. 로먼 망원경은 고이득 안테나(HGA)를 펼칠 예정이다. 해당 안테나는 S밴드를 이용해 지상과 명령 및 기체 상태 정보를 주고받고, Ka밴드를 통해 대용량의 과학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망원경의 구조물과 장비는 한꺼번에 작동시키지 않고 단계적으로 가동한다. HGA를 전개한 뒤에는 망원경 입구를 보호하고 있던 바이저 형태의 전개식 구경 덮개를 열고 코로나그래프 장비에도 차례로 전원을 공급하게 된다. 이는 발사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이나 구조물 전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단계별로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L2를 향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우주망원경의 비행 궤도를 수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로먼 망원경에는 이동 중 두 차례 궤도 수정 기회가 예정돼 있으며, 첫 번째 수정은 임무 설계상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두 번째 기동은 첫 번째 궤도 수정 이후 실제 비행 궤적과 상태를 분석한 뒤 필요할 경우 실시할 예정이다.
발사체가 로먼 망원경을 목표 궤도에 정확하게 투입할수록 이후 궤도 수정에 필요한 추진제를 절약할 수 있다. 우주에서는 연료를 다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은 추진제의 양은 망원경의 운용 기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NASA가 로먼 망원경의 기본 임무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면서도 최대 10년 운용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도 추진제와 관련이 있다. 관제팀은 첫 번째 궤도 수정 이후 남은 연료와 향후 예상되는 소모량을 분석해 장기 운용 가능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로먼 망원경이 향하는 L2는 우주선이 특정 지점에 멈춰 있는 곳이 아니라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영역 주변을 도는 궤도다. 망원경은 약 3개월 동안 이동해 목표 궤도에 진입하게 되며,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면 태양과 지구, 달을 일정한 방향에 두고 차폐막을 활용해 불필요한 빛과 열을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비행 궤도의 정확도는 단순히 L2 도착 여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망원경이 안정적인 열환경을 유지하면서 관측을 수행할 수 있는지, 향후 추진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궤도를 확보한 뒤에도 실제 우주 관측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NASA가 설정한 기본 시운전 기간은 약 90일이다. 이 기간에는 로먼 망원경이 심우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온도를 안정화하고 자세 제어와 통신 시스템, 비행 소프트웨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발사 후 약 2주가 지나면 주 관측 장비인 광시야관측기(WFI)의 전원을 켜고 본격적인 장비 점검에 들어간다. 검출기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망원경의 초점과 광학 장비의 정렬 상태도 세밀하게 조정할 예정이다.
과학 관측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비 전원이 정상적으로 켜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망원경 본체와 관측 장비의 기능 시험을 각각 통과해야 하고, 실제 별을 대상으로 지향과 초점을 조정하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 검출기 보정까지 마무리돼야 본격적인 과학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NASA는 올해 연말 휴가철 이전에 로먼 망원경이 확보한 초기 영상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시점에 확보되는 자료는 관측 장비의 성능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초기 데이터에 해당한다. 각종 보정과 검증을 거친 뒤 공개되는 첫 공식 이미지는 이르면 2027년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운전 이후 진행될 초기 관측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NASA는 우선 몇 달 동안 코로나그래프의 기술적 성능을 검증한 뒤 은하 중심부의 외계행성을 관측하고, 초기 심층 관측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천체를 조사하는 시험 관측 등을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로먼 망원경은 발사라는 첫 번째 관문을 성공적으로 넘었지만 실제 임무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약 90일 동안 궤도 조정과 구조물 전개, 전력·통신 시스템 점검, 관측 장비 보정 등을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계획된 수준의 감도와 정밀도를 확보하고 실제 우주를 안정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지가 로먼 망원경의 임무 성패를 가를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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