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생활

네이버·엔비디아, 소버린 AI 시장 노린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함께 전 세계 AI 수요를 겨냥한 초대형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다. 검색과 커머스, 클라우드, 초거대 AI를 키워온 네이버가 이제는 AI를 작동시키는 핵심 기반인 ‘AI 팩토리’ 구축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네이버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8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만나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단계별 실행 계획과 해외 시장 공동 진출 방안, 기술 협력 범위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양사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차세대 인프라다. 생성형 AI와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AI 팩토리는 미래 디지털 산업의 핵심 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엔비디아 GPU를 도입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네이버는 사업 기획과 데이터센터 운영, 글로벌 수요 확보, 리스크 분담까지 참여하는 핵심 파트너로 나선다. 양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동까지 시장을 넓히며 각국의 소버린 AI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첫 출발지는 네이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 규모로 AI 인프라 가동을 시작하고, 같은 해 10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8년에는 해외 인프라까지 포함해 200㎿ 규모로 키운 뒤, 장기적으로는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한다.

 

기가와트급은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의 최대 용량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엔비디아 최신 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규모로, 글로벌 AI 기업과 국가 단위 AI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결합도 본격화된다.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대규모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경험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기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프라 플랫폼 ‘DSX’와 결합된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고, 대규모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인다는 구상이다.

 

공간 AI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업이 진행된다.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와 네이버의 공간 모델링 기술, 거리뷰 데이터가 결합돼 ‘서울 월드 모델’ 구축이 추진된다. 현실 도시 공간을 AI가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면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AI 협력체인 ‘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에도 국내 기업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세계적 AI 기업들과 함께하며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개선과 글로벌 활용성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해진 의장은 이번 협력에 대해 “각 지역과 국가가 독자적인 소버린 AI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 인프라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제 모델 개발을 넘어 연산 인프라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이번 동맹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노리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양사가 구축할 AI 팩토리가 세계 AI 생태계의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