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꼭 가야 하는 정동 야간투어, 역대급 밤축제 열려

 서울 도심 한복판, 근대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정동 일대에서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특별한 야간 문화 축제가 열린다. 서울 중구는 정동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이미지를 함께 조명하는 ‘2024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 일대를 배경으로, 고즈넉한 밤 풍경과 어우러진 다채로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5년 처음 시작된 정동야행은 중구를 대표하는 야간 축제로 자리 잡으며 해마다 큰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의 테마는 ‘정동의 빛, 미래를 수놓다’다. 조선 말 개화기 시절, 서양 문물과 전통이 교차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던 정동의 상징성을 조명하고, 그 유산 위에 현대의 빛을 입혀 미래로 나아가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첫날인 23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둘째 날인 24일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정동야행은 ‘7야(夜)’라 불리는 일곱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야간에 개방되는 역사문화시설과 공연이 결합된 ‘야화(夜花)’,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야사(夜史)’,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 ‘야설(夜設)’, 역사 해설 투어인 ‘야로(夜路)’, 정동 밤 풍경을 즐기는 ‘야경(夜景)’, 먹거리 공간인 ‘야식(夜食)’, 예술장터 ‘야시(夜市)’ 등이 정동 밤거리를 풍성하게 채운다.

 

올해는 총 35개의 역사문화시설이 참여해 전시와 공연, 체험을 야간에 개방한다. 대표적인 시설로는 주한 캐나다·영국 대사관,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국토발전전시관, 정동제일교회,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구세군 역사박물관, 중명전 등이 있다. 특히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주한 영국·캐나다 대사관이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캐나다대사관에서는 민속신앙에 관한 특별 강연이 열리고, 영국대사관은 건물 내부를 공개하는 투어를 운영한다. 이는 지난해 명예 중구민으로 위촉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가능했다.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는 대중 역사 강사 최태성이 강의를 진행하며, 학교 내부 투어도 병행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미디어파사드 음악회 ‘정동연회’와 함께 건축가 황두진 소장의 특강을 선보인다. 국토발전전시관에서는 ‘낭만정동’ 오페라 공연이 마련돼 고급 문화 향유의 장이 될 예정이다. 종교시설에서도 음악이 흐른다. 정동제일교회에서는 사중창과 금관5중주 공연,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구세군 역사박물관에서는 악대 공연이 펼쳐진다.

 

 

 

거리 공연과 퍼포먼스도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중명전에서는 저글링과 퓨전국악 공연이 진행되고, 구 러시아공사관 앞 정동공원에서는 버스킹 무대가 준비된다. 이화여고 학생들은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거리 행진과 풍물 공연으로 참여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도 풍부하다.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고종의 비밀특명 수행하기’, ‘손글씨 엽서 꾸미기’, ‘정동야행 호외 제작’ 등의 체험과 함께, 전통 무드등, 업사이클링 키링, 자개 그립톡 만들기 등이 마련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역사 해설 투어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는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진행되어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참여 가능하다.

 

주민 참여 역시 이번 정동야행의 또 다른 특징이다. ‘야행지기’로 활동하는 주민들은 행사 전 플로깅과 안전 점검에 참여하고, 행사 당일에는 방문객 안내와 체험 스탬프 날인 등 운영 지원에 나선다. 이는 지역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든 주민참여형 축제 모델로 평가받는다.

 

대사관 투어나 이화여고 내부 투어와 같은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오는 5월 1일부터 정동야행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정동야행은 문화유산을 활용해 도시와 시민을 잇는 축제”라며 “정동의 역사와 미래, 그리고 시민 참여의 의미를 더한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